• Loading...
  • Loading...
▶'모래시계'는 어떤 드라마

1995년 2월 전국의 밤거리는 한산했다. 회사원, 대학생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귀가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유흥업소와 음식점은 손님이 없어 아우성이었고, 급기야 '모래시계 방영합니다'라는 문구를 입구에 붙여둔 업소들이 속출했다.
'모래시계'에는 '귀가시계'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특히 태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1995년 2월 16일 마지막회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이 숨죽이며 태수의 마지막 한마디에 집중했다. '모래시계' 마지막회는 64.5%(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시청률로 단일 회차 시청률 역대 4위에 기록됐다. 당시까지 SBS의 난시청 지역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1위로도 손색이 없는 수치다. 평균 시청률 46%는 역대 6위다.

'모래시계'는 해방 및 6.25 전쟁 이후 최대 격동기인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시기의 정경유착, 권력남용, 정치비리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조리를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엇갈린 우정과 사랑을 통해 조명한 작품이다.

한국의 정치·경제를 장악한 실세들에 대항하는 젊고 소신있는 청년 검사의 좌절과 승리, 암흑가 청년이 헤쳐가는 인생 역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심도있게 그렸다. 두 청년을 사이에 둔 야심있는 여인을 통해 사랑과 삶의 선택 방식을 제시했다. 한국 드라마사상 가장 스펙터클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작품 초반부 '모래시계'가 이처럼 거대한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를 다룰 것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야심 있는 젊은이들의 좌절과 성공을 극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으로 여겼다. 1980년대 최고 인기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유사 드라마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모래시계'는 회를 거듭할수록 거대한 현대사의 현장을 담아내 시청자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태수의 눈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전쟁터를 방불케한 생생한 모습을 영상에 담아냈다. 금남로 발포사태 이후 분노에 떠는 광주 시민과 이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군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실제 광주 민주화운동의 영상을 공개하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해 극적 효과를 높였다. 삼청교육대의 비인간적인 실상을 고발하기도 했다.

1995년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뤄진 시기였다.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민감한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김종학 PD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반대도 있었고 외압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가 아니면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태수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면, 우석은 통쾌한 역전의 순간을 보여줬다. 사회 정의 실현을 꿈꾸는 청년 검사가 숱한 좌절을 거쳐 권력 핵심부와 결탁한 범죄 조직을 뿌리 뽑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모습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김종학 PD는 "'모래시계'는 재미로 출발해 충격과 경악을 거쳐 감동과 여운으로 마무리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초반부 흥미 요소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모은 뒤 생생한 역사 현장의 고발로 충격을 전해주고 나서 통쾌한 마무리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는 의미다.

'모래시계'의 세 주인공 최민수·박상원·고현정은 '모래시계' 이후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로 부상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아련한 기억을 남긴 태수 역의 최민수는 '모래시계' 이후 터프가이의 표본이 돼 카리스마 배우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고현정은 청순한 여대생에서 당찬 카지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펼치며 한국 대표 여배우로 등극했다.

'모래시계' 종영 이후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떠났던 고현정은 복귀 이후 꾸준히 활약을 펼쳤고 '선덕여왕'의 미실로 등장해 카리스마를 과시하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박상원은 꼿꼿한 우석 캐릭터의 모범적인 이미지를 지금까지 이어오며 중년 파워를 과시 중이다.

최민수·박상원·고현정에게 '모래시계'가 톱스타 입지를 굳히게 해 준 작품이라면 이정재·이승연·김정현·홍경인에겐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하게 해준 지침서가 됐다. 이들은 교과서 같은 작품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과묵한 보디가드로 남성미를 과시한 이정재는 "배우 이정재를 세상에 처음 알려준 작품이다. 어머니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호기 어린 젊은 신인배우의 치기를 보듬어주며 진정한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해줬다"고 표현했다.

당시 손에 꼽을 정도로 대사량도 적었다는 그는 "표정과 몸짓으로 캐릭터가 지닌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숙제인지 느꼈고 배우가 지녀야 할 덕목을 하나하나 깨닫게 해줬다"며 "모든 것이 생소하던 그 때 가졌던 마음가짐과 열정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깊이남아 연기에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석을 좋아하던 신기자를 맡아 당돌하고 솔직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승연은 "출연 자체에 큰 의미를 뒀다. 영광이었다. 당시엔 훌륭한 드라마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출연하게 됐다"며 신인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신인이어서 동료 연기자와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모래시계'의 의미에 대해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필독서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책꽂이에 꽂혀있어야 할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수의 아역으로 출연한 김정현은 "'지금도 나와 홍경인은 '모래시계' 명성을 이어갈 작품을 해야할텐데'라고 말하곤 한다"며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대중적으로 내 이름을 각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평했다.

박상원의 아역 홍경인은 "출연 분량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김종학 감독님은 배우 감성을 효과적으로 끄집어냈다.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배우 홍경인을 알렸다"고 말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그야말로 명장면·명대사의 산실이었다.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는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는 리얼리티를 절절하게 전달했다. '모래시계'를 장식한 최고의 명대사를 3개를 소개한다.

1. "나 지금 떨고 있니?"

'모래시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시종일관 넘치는 카리스마를 뿜어온 태수가 사형장에서 우석을 앞에 두고 떨리는 심경을 드러낸 대사다. 최민수가 인간미 넘치는 터프 가이로 대중에게 각인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2. "바보군요…추억마저 없다면 우리 살아온 게 너무 불쌍하잖아요"

태수와 혜린이 별장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나온 명대사다. 자신에 대한 추억을 남기지 말아달라는 태수의 말에 혜린은 이 대사를 하며 옷을 벗으려 한다. 그러나 태수는 혜린을 지켜준다. 서로를 배려하는 두 연인의 마음이 애잔하게 묻어나온다.

3. "다시는 힘이 없어서 내 여자에게서 쫓겨나는 놈은 되지 않겠어!"

삼청교육대에서 살아나온 태수가 혜린에게 다짐을 한다. 사나이의 야성이 최고조에 이른 태수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대사다.



'모래시계'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출연진과 제작진을 제외하고도 '모래시계'와 관련된 인물과 장소 등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효과를 누렸다. 이른바 '모래시계'의 장외 수혜주다.

대표적인 인물은 당시 강력부 검사였던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박상원이 연기한 강우석의 실존 모델임에 알려지며 유명인사가 됐다. 홍준표 검사는 1993년 김영삼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 당시 전·현 정권 실세와 갈등에도 굴하지 않고 활약해 '돈키호테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는 수 차례 설득 끝에 홍준표 검사의 실제 이야기를 '모래시계'에 반영했다. 홍준표 검사는 '모래시계'를 통해 얻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작품 후반부의 주요 배경인 강원도 정동진은 '모래시계' 덕분에 유명 관광지가 됐다. 해돋이의 장관과 '모래시계'의 여운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하루에 단 한번 기차가 서던 정동진역은 이후 하루 수십대의 열차가 정차하는 바쁜 장소가 됐다.

'모래시계 세대'로 불리는 386세대는 '모래시계'와 함께 사회를 주도하는 세대로 부각됐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민주화에 청춘을 바친 노력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진 덕분이었다.
태수 이야기
박태수(최민수)

1973년 대성고등학교로 전학을 와 강우석, 이종도 등과 처음 만난다. 물론 초기엔 강우석과의 친분은 없이 '싸움등수 1등'인 덕분에 교내 종도패거리들과 어울려 다니게 되다 워낙 효자인지라 학업 급결심!! 우석에게 처음 말을 건네는데 이런 식이다.

태수 "너, 전교 1등이라며? 날 한번 잘 가르쳐봐. 그대신 널 귀찮게 하는 놈들 있으면 내가 정리해줄께.(^^)"
우석 "싫어."(ㅡ.ㅡ) 가차없이 잘라 말하고
태수 "싫어?"(^^;) 가차없이 뒤돌아서는
그리고 다음컷!

우석 "둘 다는 못해. 둘중에 하나만 해! 공부든, 싸움질이든! 그럴 수 있어?"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태수의 싸움실력이 워낙 출중하다보니(ㅡ.ㅡ;;) 그 지역 건달 성범패거리에게 붙들려가게되고... 여기서 첫번째 명장면, 명대사가 나오니!!!



건달 "인마! 겁먹을꺼 없어. 네가 싸움 잘한다기에 구경 좀 할려고 그러니까 맘놓고 한번 붙어봐, 어!"
태수 "싸워서 이기면 보내줍니까?"
건달 "하하,인마! 싸움잘하면 우리편 시킬라고 데려온거야! 스카웃! 스카웃몰라?!"

그냥 돌아가려는 태수를 에워싸는 패거리들, 태수 각목 드는 순간, 그걸 밖에서 보고있던 우석 실망하며 돌아서는데 그때!!
각목 떨어지는 소리! 태수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다. 우석 얼른 뛰어들어와 태수 들춰메며 나가려는데...

우석 "걸을 수 있어?" (눈물 송글송글)
태수 "나.....약속..지켰다."

그래!! 이게 박태수다. 한번 한 약속은 죽었다 깨어나도 지켜야하는.......
특히나 이 장면 시작부터 나오는 OST '특별한 타인'이란 음악이 입혀져 나오는데...... 부디 이 장면은 다들 찾아 보시길 바란다.


그렇게 태수와 우석의 사이는 우정 이상으로 돈독해지고 요정을 하는 엄마의 모습에 꼭 성공하겠노라 맘 먹고 그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육사를 나왔다는 소리에 자신도 가겠노라 희망하며 공부했건만 아버지의 출신성분(빨치산)에 탈락! 거기에 어머니까지 열차사고로 죽고 학교를 중퇴, 우석과 헤어지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종도와 함께 성범이 패거리로~~





전과도 달게되고 장선생과 종도로 인해 우두머리 성범의 뜻과는 다르게 태수는 정치깡패로 이용되는 등 우석과는 점점 멀어지며 자신만의 길을 간다. 그러다 우석의 자취집에서 처음으로 혜린을 만나게 되는데...

태수 "고등학교 중퇴해도 친구합니까?"

혜린은 학생운동으로 쫓겨 지방으로 피신하고 태수 또한 광주로 내려가 광주항쟁에 참여하며 5.18의 실상을 겪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자신이 관리하는 술집에서 취한 혜린과 재회한다. 그 둘은 연인사이로 급발전하는데... ;

윤회장 "넌 혜린이가 내 딸이라는거 알고 있었나!"
태 수 "들었습니다."
윤회장 "그래서 혜린이를 붙잡으면 세력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나, 아니 내 사위가 되면 그 이상이 되겠지. 결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
태 수 "그럴 것 같습니다."

캬아 멋지다!! 태수는 맘 먹었다. 이 여잔 내여자라고! 윤혜린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던거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윤회장과 종도의 계략으로 태수는 폭력범으로 잡혀 결국 삼청교육대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거의 고문에 가까운 훈련과 취급으로 반죽음 당하고 우석과 혜린의 도움으로 나오게 된다.



태수 "그안에서 백번쯤 생각했어. 왜그랬을까? 왜 나하고 결혼하겠다고 했을까? 그때 상황이 그래서 그냥 해본 소린가,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면 왜 내 반지를 받았을까? 혹시 나를 정말 좋아하는건 아닐까?"
혜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요?"
태수 "상관없다고. 날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이 이 여잔 내 여자라고!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해. 다신 이런 꼴을 당하지 않겠다고! 다시는 힘이 없어서 내 여자에게서 쫓겨나는 놈은 되지 않겠어."

그러나 함께 있던 혜린은 다음날 태수를 떠나고 태수..종도의 계략까지 알게된 이상, 다시 예전 부하들을 모아 새로운 모습으로 힘을 쌓는다. 예전 종도를 이용했던 장선생을 도와 박승철 회장의 자본으로 카지노, 주류업등 세력을 확장시킨다. 그러나 또한번 종도의 주도로 박승철 회장은 죽게되고 그 범인의 배후로 윤회장이 지목받자 혜린은 태수를 오해한다.

태수 "당신 아버지한테는 화난적이 없어. 억울하고 분해서가 아니야. 복수같은건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너를 갖기 위해서였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하면 너를 가질 수 있을거라구 생각을 했어, 너는 내여자니까! 그 생각 밖에 없었어. 말했잖아, 더 이상은 힘이 없어서 내 여자를 뺏기지 않을거라고."

그러나 혜린의 오해는 풀리지 않고 윤회장까지 죽어버리자 혜린은 카지노 사업을 살리기위해 태수를 이용한다. 즉, 태수의 뒤를 봐주던 거물세력은 그가 배신했기 때문에 예전 정치깡패 전적을 이용해 그를 경찰에 넘긴다.

태수 "정근아, 그 여자라고 함부로 부르지 마라."

혜린을 사랑하기로 맘 먹은 그 순간부터 태수는 그녀를 놓아본적도, 오해해본적도, 미워한적도 한순간 없었다.

종도가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얘길 듣고 혜린이 위험할거라 생각해 탈옥한 태수는 종도를 죽이고 자수한다. 행동대장이자 모든 실무를 담당했던 태수는 여러 죄목으로 결국...........

우석 "검사가 바뀔 것 같다. 재판도중에 이런일 별로 없지만 그렇게 될꺼야. 어쩌면 너 조사 다시 받아야 될지몰라. 성가시더라도 협조해줘."
태수 "우석아, 네가 해줘."
우석 "싫어"
태수 "너 힘든거 알아. 아는데....네가 해! 나 너 알어. 너같은 놈이 구형을 주면 나 납득할 수 있어. 너 말고 다른 놈은 못믿어. 너 말고 다른 놈이 나서서 내 죄가 어쩌고 그러면 나 속으로 그럴꺼야, 웃기지말고 너나 잘해라고."
우석 "나 광주에서 너 봤어. 그때 나 계엄군이었다. 몽둥이로 사람들 패고 총들고 쏘아댔어. 그때 너 시민군이었고 광주에서 죽었다는 네 후배 우리가 쏜 총에 맞았어. 나한테 속아왔어."
태수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하난 너처럼 살고 또하난 나처럼 사는거..어이, 너 대단해! 진심이야! 우석아 네가 해줘, 다른 놈은 싫다. 미안해..."


휴~우! 박태수란 인물은 대체.....난 태수, 우석, 혜린, 재희..이렇게 넷을 놓고 누가 가장 가여운지 생각해봤다. 우석은 워낙 자기 양심대로 곧이곧대로 간 인물이라 불쌍한거 하나 놓고 본다면 당연히 빠지는거고, 태수와 혜린, 그리고 재희 중....

글쎄. 난 박태수란 이 인물이라 봤다. 그가 행복한 적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그는 뭘 바란적이 없어 보였다. 요정을 하는 홀어미 밑에서도 한번 어긋남 없이 엄마가 바라는 효자였고, 비록 우석이 바람과는 다른 길을 걸어갔지만 그건 태수 스스로 말한 것처럼 '난 갈때가 없어.'였잖은가. 이 세상에 엄마밖에 없는데 그마저 죽고 없으니, 또 하나뿐인 친구는 앞으로 판검사가 된다하니 자기같은 친구가 옆에 있으면 분명 해가 될게 뻔하다 생각해서 우석에게서마저 떠난걸까?

처음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 자기같은 사람을 그런 여자가 좋아한다고 하니 안믿기지만...그래도 맘을 정했다. 이 여잔 내 여자다라고...그러나 혜린은 태수를 믿지 못하고 반지를 남겨놓은채 떠났다.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 그녀를 얻으려면 힘이 필요하다기에 그렇게 했는데 오해를 불렀다. 변명하지 않고 억지쓰지 않고 가만히 기다린다. 내색않고 그녀를 보호하고 돕는다. 태수는 어찌보면 사랑과 우정앞에서 너무나 착한 인물인 듯 하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래서 가엾다. 욕심한번 내지 않았기에...



태수 "우석아! 미안하다, 여기까지 오게해서.."
우석 "곧 끝날꺼야."
태수 "나 떨고있냐?"
우석 "아니."
태수 "그게 겁나. 내가 겁낼까봐."
우석 "너 괜찮아."
태수 "그래"

  관련인물

태수모(김영애)

태수를 임신한 채 남편을 잃고 홀로 태수를 키운다. 보따리 장사며 안해본게 없지만 결국 요정을 차려 술 따르는 여인네가 됐다. 허나 태수앞에선 항상 훌륭한 어머니였으며 그 누구보다 당당했다. 태수가 고등학교때 이웃학교와 패싸움을 해 정학을 받자 학교에 찾아와 큰소리로 잘잘못을 따지며 아들을 변호해 선생들 기를 죽이기도..그러나 태수를 위해 무릎꿇는 것도 마다앉는 어미다. 우석의 아버지가 찾아와 홍등달린데서 뭔짓이냐며 아들을 데려가려하자 얼른 무릎 꿇고 하는 말

"제 욕심때문입니다. 우리 태수가 아드님 덕분에 겨우 마음을 잡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드님을 못난 자식의 스승님처럼 생각하고 있답니다. 제 욕심에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멀찌감치 따로 방을 구하겠어요. 제발 아드님을 우리 태수하고 같이 있게 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박성범(이희도)

조연급이라 어찌보면 단순히 패거리두목 쯤으로만 기억될 수 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여간 선견지명이 있으신게 아니었다. 태수를 먼저 발견해 품에 안은것도 그고, 종도가 태수와 자기를 결국 파멸시킬거란 것도 짐작한다. 그는 건달이 정치인 하수로 들어가는걸 상당히 못마땅히 여겼고 의리를 가장 소중히 생각했다. 종도로 인해 감옥에 들어가도 그 안에서 '형님'대접을 톡톡히 받으며 거의 정신적 지주로 등장한다. 상당히 영웅화된 건달이다.

태수 "성범이 형님 말씀은요, 깡패가 정치에 끼어들면 결국 사형을 당하게 돼 있다구요."

이종도(정성모)

"너 대체 왜 그렇게 독하니?"

정말 이 인물을 보면서 분수도 모르고 날뛴다란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멍청해도 좀 구분해가며 움직여야 하는데 자기 멋대로 일은 저질러놓고 도망치다가 또 거기서 날뛰고 또 사고치고 또 여기에 붙고..저기에 붙고..

<모래시계>에서 유일하게 악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를 연기한 배우 정성모는 정말 대단했다. 어찌보면 그것때문에 연기자로서 상당한 치명상도 입었을 듯도 하다. 워낙 완벽하게 종도란 인물을 소화해서 말이다. 전라도 사투리는 또 어찌나 입에 착착 붙으시는지...이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 중 가장 배역과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주신 진정한 연기파이시다.

종도부하 "고등학교때 친구라고 하시던데요."
우      석 "가서 이렇게 전해요. 검사는 용의자하고 사적으로 만나지 않는다고!"
우석 이야기
강우석(박상원)

이 시대의 마지막 양심, 강.우.석.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라 오로지 자신이 정해놓은 길을 꿋꿋히, 꼿꼿하게 가는 정의의 인물이다. 고1 겨울, 태수를 만나 태수의 사형이 집행되는 그 순간까지 함께 있어주는 진정한 친구.

어렸을 적, 처음으로 부정부패에 쉽게 흔들리는 공권력을 보며 아버지에게 "꼭 넌 판검사가 돼라!"란 당부를 자기 인생의 목표로 삼아버린 남자!

총학생회 간부 "용건만 간단히 하죠. 수업거부는 전체학생이 투표로 결정한 사항입니다. 그에 반대하는 이유가 뭡니까? 반대뿐만 아니라 시험을 쳐야한다고 선동까지 했다면서요? 해명해주시죠?
우석 "왜 안되죠? 왜 반대를 하면 안되죠? 반대를 용납하지 못하는 건 독재라고 배웠는데요, 아닙니까?"

사법고시를 치르던 날, 쫓기는 태수를 돕느라 시험장에 지각, 그렇게 시험을 포기하고 절망해 자취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태수가 문앞에 기다리고 있다. 미안한 표정을 하고서..그 모습을 보고 우석 가만히 태수 바라보다 씨익 웃으며 하는 말
"저녁 먹었어? 나 배고파."

우연히 대학교에서 윤혜린이란 여자를 보게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가 누구의 딸인지 알았다.

"재밌잖아. 나한텐 친구가 둘있는데 말야. 한놈은 너무 밑바닥이라 가까이 할수가 없고, 또하난 너무 높아서 가까이 하면 안될것 같단말야. 내가 무슨 드라마를 썼었냐하면 말이지...음~아주 괜찮은 검사가 하나 있어. 교과서에 나오는 그대로 정의롭고 용기도 있고, 그래서 그 검사는 남들처럼 애정도 없이 부잣집 딸한테 장가를 가거나 그렇지 않거든. 그 아내는 아주 가난한 집 출신인데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아주 많은 일을 한다고. 둘은 아주 잘 어울릴꺼야. 왜냐하면 그 검사도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설 줄 아니까"

그리고 입대를 하지만 계엄군이란 이름으로 광주로 투입,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몽둥이로 때리는 현장속에 있으며 괴로워하고 또한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태수를 위해 혜린이 준비한 뇌물을 상사에게 주는 등으로 심한 자책감을 느껴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 한다. 그러나 모든걸 포기하고 돌아간 고향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 시험을 준비한다. 이때 하숙집 주인 선영을 만나는데...

사회부기자 신영진이 공적인 일로 찾아와 아무 생각없이 방문을 닫으려는데 우석이 문을 못닫게 손으로 막는 장면!!
그러면서 눈은 하숙집 아가씨 선영을 향해있는...


검사가 된 우석, 태수를 봐주던 박승철 회장이 사고사 처리되자 미심쩍어 이 사건에 파고든다.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실체, 이종도와 태수, 그리고 윤재용회장이 관련됨을 알아내고. 어느날 저녁 포장마차에서 태수 만나는데 우석의 한마디.

우석 "태수야, 조만간 너한테 소환장 갈꺼다. 주소 옮기지마라."
태수 "오늘 온거 무슨 뜻이야? 날 의심해서? 도망가라고?"
우석 "글쎄, 만일 널 잡게되면 내 손으로 할 수 있을지 그걸 알아보고 싶었어."

그리고 마침내 선영과 결혼하는 우석. 그러나 우석이 너무 깊게 파고들자 그를 광주로 전출보내는 상부, 마침 이종도가 내려와있었던지라 우석은 종도를 잡기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종도패거리는 선영을 납치하기에 이르나 미수에 그친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우석은 서울로 올라가 모든 사건의 배후세력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 혜린이 뇌물로 바친 내역의 장부 사본을 우석에게 건네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되지만 상부에선 조용히 끝내길 원한다.
그리고 우석은 중앙정보부로 끌려간다.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우석, 어떤 빌미로든 그를 검사직에서 끌어내려는 상부에선 뭐 건질게 있어야지... 너무도 깨끗한데...

다행히 신기자와 혜린의 도움으로 장부의 내용이 언론을 타게되고 우석은 풀려나온다.
그리고 드러난 실체인 강동완 부장을 소환하기에 이르는데.. 물론 그는 결국 총알받이에 불과하지만 모든 죄를 시인해버리고 만다. 증인으로 혜린과 윤회장의 심복 민변호사, 수감중인 태수등 모두 증인으로 소환되고 마지막에 가선 태수의 구형까지 우석이 맡게된다.

"피고인은 과거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반성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있어도 그 죄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의 상식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본 검사는 피고인의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범죄단체 조직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살인 및 특수도주죄를 적용! 사형을 구형합니다."


그의 신념은 너무도 투철했다. 서류상의 죄목으로만 보기엔 자신의 친구 박태수가 사형을 당할만큼 악질적인 인물이 아니라는걸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법을 지켜야 한다. 상식을 지켜야 한다. 어릴 때부터 지켜온 철칙이다.

"세상엔 옳은게 있고 그른게 있는것이여! 옳은거는 100년이 가도 옳고, 그른건 1000년이 가도 그른것이여!"
"아버지, 그런 말씀을 하셨었죠?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사람 하나와 지켜야 할 바른뜻 하나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구요.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이제껏 이런 인물을 본적이 없다. 물론 양심과 죄책감에 고뇌하고 번민하고 회의하고 매번 갈등하는 인물은 봤지만 강우석은 검사가 된 후 그 어느것 하나에도 1초의 망설임 없이 양심에 행동해왔다. 위 대사처럼 무서운것도 없다.
아내의 납치가 성공해 종도가 무슨 거래를 해와도 분명 그는 일언지하에 잘랐을 것이다.
어찌보면 '모래시계'의 화자인 인물이다.

  관련인물

정선영(조민수)

서울로 다시 돌아온 우석이 있는 하숙집 딸이다. 병든 아버지를 홀로 모시며 하숙까지 맡아하는 야무진 효녀로 우석보다 먼저 그를 맘에 둔듯.
그러나 우석에게 가장 잘맞는 아내인 듯 싶다. 욕심 없이 분수에 맞게 살며 우석을 조용히 내조한다. 거기에다 용감하기 까지 하다는..대한민국 검사의 아내로 손색이 없다.

종도의 명령으로 부하들에게 납치되는 위험한 순간에도 겁먹지 않고 행동했더랬다. 경찰에 쫓기자 그녀를 놔두고 도망가버린 일당들, 그리고 바로 쫓아온 우석과 형사들에게 하는 말..

"도망갔어요. 김사장님 끌고갔어요. 나 그사람들 알아요! 그 사람들 저번에 우리집에.."

우석이 암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으니까 암말 못하는....덜덜 떨며 눈물 흘리는...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러나 검사의 아내로 본거 또박또박 말하는..

신영진(이승연)

작은 아버지가 검사장이지만 그 덕 안보고 소신있게 기자생활 하며 능력도, 넉살도 있다.
우석이 서울검찰청에 근무하며 알게되는 인물인데 어쩔 땐 우석보다 머리회전이 더 빨라 사건의 맥도 잘 짚어 그로인해 우석에게 가끔 조언이나 정보를 내준다. 또한 정보부에 끌려간 우석을 위해 기자정신 십분발휘해 혜린이 건네준 비밀장부를 과감히 언론화시키는 대범함도 있다.

"내가 언제 세상을 바꾸자 그랬어요? 신문에 기사내자 그랬죠!
그게...기자가 봉급받고 하는 일이잖아요!"


미스테리인건 신기자가 정말 강우석을 사랑해서 프로포즈 했냐는 것이다.
정직하고 양심적인 강검사 맘에 들어 찌들지 않게하려 지켜주고 싶었다며 프로포즈를 했다는데..귀엽다.
윤혜린 (고현정)

윤혜린, 카지노계의 대부이자 현금동원력 국내1위인 윤재용의 딸이다.
16살 때 윤회장에게 앙심을 품은 거래처 사장에게 납치됐었으나 그 부하들 중 한명인 재희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엄마를 잃고 아버지의 냉혈한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과수석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후계자 수업을 받던 중, 우연히 학생운동원을 보게되며 본격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윤회장 "장선생 말이 네가 그 뭐냐 데모하는 학생들 명단에 이름이 끼어있다는거야! 너 이상한 써클에 들어있었다며?"
혜 린 "공부하는 써클이예요 "
윤회장 "이 종이조각들이 그 써클에서 나왔다는데 맞니?"
혜 린 "네"
윤회장 "관둬! 내일가서 당장 관둔다고 해! 그리고 네 이름 빼!!"
혜 린 "그러고 싶지 않아요."
윤회장 "어째?!!"
혜 린 "좋은 모임이예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워요."
윤회장 "이를테면?"
혜 린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과 있어서는 안될 사람에 대해서."
윤회장 "나같은 사람은 어느쪽이라고 하더냐?"
혜 린 "후자쪽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우석을 만난다. 아마 우석은 그녀를 사랑한 것 같고, 혜린은 정체를 숨긴 채 고학생으로 우석에게 다가가 이제껏 갖지 못했던 동료와 친구를 곁에 둘 수 있는 행복감을 느낀다. 학생운동을 하며 여러차례 연행될 뻔 하지만 재희의 도움으로 가까스레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재희에게 하는 말

"구해주지 않는게 나을뻔 했어. 혼자 도망치는 건 참...마음이 불편해.
집에 있는건 더 그렇구. 우리집은 너무 안전하잖아. 이해할 수 없겠지만 혼자 안전한건 아주...챙피한 기분이야. 이렇게 혼자 도망칠 때마다 난 같은 편이 아닌것 같다구. 무슨 말인지 알아? 내가 사이비 같단 말야."


그리고 자신이 윤재용 딸이란걸 알게된 우석은 입대를 하고 혜린 또한 피신 차 지방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어느 할머니의 집에 머물게 되나 공장 노조원이었다 고문을 받은 후 제정신이 아닌 딸의 신고로 잡히게 된다. 수일의 극심한 고문으로 혜린은 결국 강제적인 허위자백을 하게되고 풀려나게 된다. 후유증으로 자폐증상을 보이는 혜린은 항상 곁을 지키는 재희의 도움으로 바깥세상에 다시 나오지만 돌아간 학교에선 모두가 쌀쌀맞게 그녀를 대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태수와 재회하게 된다. 술에 취한 혜린을 우연히 보게된 태수는 그녀를 모텔에 묵게 하지만 후에 종도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되고 혜린은 우석처럼 그역시 자신을 피할꺼라 생각한다.

"미안해요. 그렇게 말해야 하는거죠, 미안하다고? 됐어요, 뭐라고 말할지 알아요. 내 아버지가 누군지, 내가 누구딸인지 알고나면 사람들은 다 똑같이 말해요. '아 그랬었군요, 몰랐습니다. 그동안 실례 많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서 가버려요. 학교 친구들도 그랬고, 그리고...우석씨도 그랬어요. 미안해요, 내가 뭘 좀 잘못알았나봐요. 난 그냥...그냥.. 친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태수란 사람은 피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섭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기로, 사랑해보기로, 내 곁에 있어줄 유일한 사람이라 믿어보기로 한다.

행복은 잠시, 둘이 어렵사리 마련한 거처는 불질러지고, 태수는 끌려가버린다. 그리고 혜린은 아버지와 거래를 한다.

혜 린 "태수씨를 빼내주세요. 태수씨 그렇게한거 아버지가 시킨거죠? 다신 안만나겠어요. 약속드릴께요. 저 약속하면 지켜요. 대답해주세요. 아버지가 시킨 일이죠?"
윤회장 "그래, 내가 시켰다."
혜 린 "아버질 절대 용서할 수 없을거예요"

그렇게 혜린은 어쩔 수 없이 태수를 멀리하고 아버지 밑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
그러다 윤회장과 지분매입권등을 경쟁중이던 박회장이 사고사위장으로 살해되고 그 배후로 아버지가 지목, 그 뒤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혜린은 박회장 수하인 태수를 미워하게 된다.

종도 일당으로부터 납치의 위협까지 받게되는 혜린은 다행히 재희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지만 윤회장이 죽자 그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막후세력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태수를 이용해 그들의 뇌물관련 증거를 잡지만 그로 인해 태수는 경찰에 잡히게 되고, 태수의 부하들에게 그녀를 돕기위해 태수의 전재산을 모두 팔아 현금을 동원해준 사실을 알게된 혜린은 뇌물의 모든 내역이 적힌 장부로 정부 관료직과의 연결고리였던 장선생과 태수를 빼내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하게된다.

그러나 강부장의 명령으로 종도를 이용해 혜린을 죽이려는 음모를 짜 그녀를 납치하는데 성공하지만 뒤따라온 재희 때문에 계획은 실패하게 되고 그곳에서 재희는 죽음을 맞이한다.

"재희, 준비해! 카지노에 가봐야겠어."

항상 곁에 있었던 그였기에 그가 죽은 다음에도 혜린은 순간순간 자신도 모르게 재희를 찾는다.
혜린이 제출한 장부와 증언으로 강부장이 소환되고 결국 실형을 받게된다. 그러나 윤회장 시절부터 보좌하던 민변호사도 떠나고, 재희도 죽고...이제 그녀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거 아세요? 아저씨까지 가면 나....아무도 없어요."
민변호사가 떠나려하자 혜린이 눈물 글썽이며 하는 말.

그리고 태수가 사형되고 그 유해를 우석과 함께 지리산 태수의 엄마와 아버지가 잠든 곳에 뿌리며 드라마는 끝난다.

윤혜린은 창피한게 많은 인물이었다. 아버지의 계산적이고 사업적인 수완과 아무래도 죽은 엄마의 착한 심성을 모두 물려받은 듯하다. 아버지의 철면피 같은 모습에 실망하고 사업의 성격도 맘에 안들었지만 윤회장이 죽자 그가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또한 아버지를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수는 가여웠다면 혜린은 글쎄..외로운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어떤이는 재희의 그런 해바라기 사랑을 담뿍 받은 그녀가 뭐가 외롭겠냐고 하지만..




"내가 이 집이 싫은 이유중에 하나가 뭔줄 알아? 재희가 나한테 존대말을 하는거야, 그리고 난 재희한테 반말을 하는거구."


  관련인물

윤재용 (박근형)

천부적인 사업가이다. 돈에 욕심이 많다기보다는 야망이 크며 사람 보는 눈이 아주 정확하다.
아들이 있긴하나 어린 혜린이 납치될 당시 그 사실을 엄마에게 말해버려 충격으로 죽게 만들었단 생각에 아들을 그닥 신뢰하지 못한다. 혜린에 대한 부정은 애틋하나 워낙 감정에 끊고 맺음이 정확한지라 혜린이 납치될 당시 이런 대화가 오갔다.

윤회장 "목소리를 듣고싶습니다."
혜 린 "아버지, 여기 전화기 2대예요. 저 아저씨들이 듣고있어요."
윤회장 "알고있다. 괜찮니?"
혜 린 "네"
윤회장 "지금부터 아버지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널 구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널 구해내면 저들이 또 너를 납치할 지 몰라. 난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을 생각이다."
납치범 "윤재용이! 네 딸을 죽일 셈이냐!!"
윤회장 "딸이란 어차피 시집가면 남의 사람이 되죠. 일찍 유학보냈다고 생각하고, 시집보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게다가 윤재용은 앞서 말했지만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했다.
박태수가 혜린의 짝으로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혜린보다 자신을 먼저 만났다면 이런 악연이 되진 않았을거란 바람섞인 말을 했었다. 즉, 태수의 능력과 사람됨을 알아보긴 한것이다. 자신의 세력확장과 정부고위직간의 관계로 결국 희생양이 됐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민변호사 (김종결)

난 이 인물도 너무나 맘에 들었다. 단순히 윤회장을 따라다니며 간간히 나오는 조연이 아니라 꽤나 비중있게 나왔고 나름 설정도 뚜렷한 배역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철두철미하고 냉철한 윤회장 곁에서 완벽히 보좌하는 모습에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받았다는..

윤회장이 한마디를 하면, 또는 고갯짓으로 누굴 가리키면 바로 원하는 대답을 좔좔 읊어댄다. 근데 문제는 그 모든 말들이 단순한 직원의 느낌이 아니라 윤회장과 거의 패밀리인듯한 자신감과 약간의 우월감,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어감에 충분히 섞여들어간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주 똑똑하고 아마 윤재용이란 인물을 딸인 혜린보다 더 잘 알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베스트 어록!!

"쓸모없는 양아치!"

종도에게 윤회장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박회장을 사고사로 위장해 죽인것을 두고 하는 말!

장도식 (故남성훈)

장선생이란 호칭으로 그 직급이 확실히 나오지 않는 인물이나 중앙정보부에 있는 인물인 것도 같고..
암튼 강동완 부장 밑에서 재력가들을 고위 정부관료직들과 은밀히 연결시켜 주는 인물이다.

상황파악과 판단이 빠르며 사리사욕은 그닥 없으나 약간 인간성이 결여된 듯도 하다. 진심으로 윤재용 회장을 존경하고 좋아했으나 윤회장 못지않게 사람을 내치는 식도 빠르고 냉정하다. 감정적이지도 않고 계략에도 능하다.
어쩌면 '모래시계'의 모든 인물들은 장선생이 만들어놓은 무대위에서 논듯도 한 인상을 받는다. 그만큼 지능적이라는..

"말씀드렸잖습니까, 전 높아지는데는 욕심이 없다고요. 이 나라를 조화롭게 만드는데 흥미를 느낄 뿐입니다."
재희 이야기
백재희(이정재)

18살, 자신이 속해있던 패거리에 자신보다 2살 어린 윤혜린이란 소녀가 납치되어 온다. 무시하고 싶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고, 일당 하나가 그녀를 덮치려 하자 무심코 쇠파이프로 내리쳤다.

그렇게 윤혜린과 처음 만나 윤회장의 신뢰를 얻어 그때부터 혜린의 보디가드로 항상 멀찌감치 그녀곁을 지킨다.

아래처럼 혜린은 재희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겼어요! 한게임 더 할까요?"


그러나 그녀가 학생운동에 운동원으로 활동하며 재희는 더 고달파진다.

혜린 "오빠가 날더러 집에 들어오래. 싫다 그랬더니 아파트를 사주겠대. 우리집 참 부자야, 그지?"
재희 "저도.....그러길 바랍니다. 상도동에서 연행될 때 저도 거기 있었어요.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 다신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다 헤린 결국 운동원이란게 발각돼 경찰에 잡히고 고문끝에 풀려나자마자 재희 그녀를 부축한다.
충격으로 계속 방에만 갇혀있던 그녀에게 아무말 없이 식사와 신문을 갖다주지만 계속 자신 안에만 갇혀있는....재희 결국 소리치는데!!

"가운데로 나와요! 구석자리 거긴 아가씨 자리가 아닙니다.
가운데로 나오세요. 놓을까요? 놔주길 바랍니까? 그럼 놓으라고 해요. 손떼라고 해요! 언제까지 그럴겁니까? 언제까지 속일꺼예요? 그래요, 그렇게해요."


그렇게 정신을 차린 혜린, 휴학계를 내려 학교에 갔는데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를 봤다는 술집에 가서 기다렸다. 그녀가 돌아오길...

태수와 돌아오는 혜린, 재희는 태수를 보자마자 죽도로 내리치는데.. 그때 혜린 울며 하는 말..

"그러지마, 재희! 그러지마, 그러지마! 그러지마, 재희..그러지마! 그 사람..약혼할 사람이야. 그 사람 나랑 결혼할 사람이야, 그러지마"

(재희 저 놀라는, 흠칫하는 저 표정을 보라...)

그렇게 혜린은 집에서 나가고 며칠뒤 윤회장의 부름으로 혜린을 강제적으로 데려오게 된다.
태수가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종도를 통해 알게된 재희는 그녀를 그 근처까지 데려다주고.....그녀가 물끄러미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그냥 바라만보는.


그리고 윤회장을 배신한 종도는 카지노에서 막 퇴근하는 혜린을 납치해 차에 태우는데...
항상 혜린이 일할 때는 카지노 밖에서 기다리던 재희 한발 늦게 발견하고 뒤따라가 어렵사리 혜린을 구출해낸다. 하지만 상처입은...

재희 고개 숙이며 하는 말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한눈을 팔았습니다."

어느 날 혜린이 묻는다.


"떠나고 싶지 않아? 언제나 이렇게 내 옆에 있을순 없잖아. 독립하고 싶은 생각 있지?"
재희 "제가 부담스러워 지셨습니까?"
혜린 "가끔"
재희 "언제나 생각했었습니다. 부담스러워 하시기 전에 떠나야 겠다고. 늦었군요."
혜린 "언제나 생각했었어?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어?"
재희 "예"
혜린 "그랬어?"
재희 "언젠가 지켜줄 사람이 나타나면 제 자린 없어지는거라구 그렇게 내 자신에게 얘기해 왔었습니다."
혜린 "그럼 나 아직 안심이네.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잖아. 염치없는 말이란건 알지만 지금 나 그래. 재희밖엔 아무도 없어."

그리고.........

혜린 뇌물장부 사본 들고 장선생 만나려는 계획 앞두고 재희방에 가 그에게 서류를 내민다.

재희 앞으로 해두었다는 제주도 땅문서. 이거 가지고 내일 제주도로 다녀오라는 혜린이다.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 이것밖엔 해줄게 없다면서....

그 말 듣고 재희가 하는 말

"잠시 제 얘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늘 받기만 했다고 생각했습니까?
나는..나야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을 알고 평생 그 사람을 바라볼 수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가씨가 있어서 난 그렇게 할 수가 있었어요. 이해하시겠습니까?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은 접니다. 아가씨한테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공항까지 간 재희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혼자 약속장소로 가는 혜린을 미행, 결국 종도에게 납치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마침 옆에 있었던 신기자에게 경찰에 연락하라고 한 후 혼자 각목들고 혜린과 종도 일행이 가득한 창고로 들어가는데...


완전 일당백이었다. 재희 덕에 혜린은 무사했지만 종도가 마지막에 혜린을 노려 내리친 파이프에 대신 막았던 재희가 정통으로 맞고 죽음의 문턱에 가고야 말았다.

마침 경찰 사이렌 울리고 종도일당들 모두 도망가고 엠뷸런스에 실려가는 재희와 함께 탄 혜린. 구조원이 계속 산소 마스크를 씌우려 하지만 재희는 계속 거부하고.

결국....병원에서 죽고만다.

재희 죽은지 좀 지났을까? 혜린 재희의 부재를 깜박 잊고 재희를 찾는다는..

"재희 준비해 카지노에 가봐야겠어"

그러다 재희 없는 거 알고 순간 멈칫멈칫 하는..운전석에 재희 대신 딴사람 와있는 거 보고 또 잠깐 어리둥절..

이런 해바라기 사랑이 있을까? 가끔 저게 사랑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어떻게 저렇게 주기만 할까? 아무리 자기는 받았다지만 저렇게 욕심없는 사랑이 있나...저게 과연 사랑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연기자 입장에선 그닥 대사는 없고 대신 간혹 무지 힘든 일당백 액션씬이나 거의 윤회장과 특히 혜린 곁에는 항상 붙어있는 인물이기에 촬영 분량은 가장 빈번했을 듯하다. 백재희를 이정재 말고는 딴 사람으로는 대체를 할 수가 없다.

"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난 그저 생각합니다. 이 분은 내 앞에서만 눈물을 보인다, 지치면 나한테 기댄다.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희



기다리고........바라보고...........기다리고............바라보고...............

☜재희를 위한 샷!! 한컷!!☞



글, 이미지 출처 : 다음 블로그 - 주절거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