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11

 

모두 낡아버린 모습으로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건지요.

밤마다 찢겼던 가슴,

그래도 아침이면 당신 앞에

벙어리로도 설 수 있는 건지요.

마른풀만 잔뜩 날리는 바람도 지나고 난 후.

당신을 안고 세월을 얘기하면

당신께서도 울어주실 건지요.

떨어져버린 낙엽처럼 뒹굴다가

잃어버린 당신 이름을 기억해냈을 때

당신께서도

저를 기억하고 계실 건지요.

잿빛이 희미하게 풀어진 하늘을 보며

뿌연 알몸으로 편지를 써

당신께로 하얗게 보내면

제 마음을 다 알아차릴 수 있을 건지요.

제 가슴에 가려진 바다.

그 깊이로 일렁이며 밤을 지키고

농축된 아픔을 줄줄이 풀어놓으면

많은 날,

진실된 제 가슴앓이를

당신께선 이해해주실 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