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백기

 

당신께선

제 이런 짓이겨진 자존심을 바라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참으로 비참합니다.


제 인생은 당신과는 악연이었지만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의 악연을

서슴없이 택했을 거고

신께 졸라서라도

그렇게 해달라고

제가 먼저 바랐을 겁니다.


하지만

허수아비로 산 건

지난 세월로도 충분합니다.

제 어떤 모습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전까지는 행복했고

지금도

제 고통을 키우는

당신의 무관심이 있어

차라리 행복하다고 말함이

옳을 줄 압니다.


아직까지 결론 내리지 못한

사랑에의 기막힌 실체를

우여곡절 끝에

이 고독한 도시 끝에서

절망이란 이름으로 만났을 때

그 얼마나 진한

패배감을 느낄 것인가에 대해

가둬두고 살지만

어쩌다가

사랑이라는 굴레를 다 뒤집어쓴 채로

이길 수 없어 백기를 들고 일어서면

당신께선

승리자의 아량으로

절 용서해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