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그해, 겨울의 끝에서

당신을 처음 만난

그 바다에

오늘은 저 혼자 왔습니다.

아직까지

솜사탕을 가득 태운

낡은 자전거도 변함이 없고

바다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포장마차도 변함이 없는데

저 혼자만 변한 채로

당신과의 좋은 기억 한 꾸러미 들고

이렇게 왔습니다.


다 잊으려고 마시는 술은

더 절실히 당신의 얼굴을 기억케 하고

지난 4년 동안 허덕이던 방황을

다 삼킬 듯한 파도지만

단 하루의 절망도,

지금 한순간의 절망도

가져가질 않습니다.


당신이 그 좋은 웃음은 어디 가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만 연출시키는

이 바다의 황량함은

또 한 번 제 웃음을 빼앗고

술잔만 채우게 합니다.


잊어내야 한다는 결론에도

한 잔의 술로 씻어내지도 못하고

당신과의 추억이 고운

절망의 가면을 덮어쓴

이 도시의 끝, 바다에 왔지만

파도의 부서짐에 좋아하던

당신의 모습만 환상처럼 나풀대며 옵니다.


당신을 잊기 위해 바다에 왔으면서

당신과의 좋던 기억만

더 진하게 가슴에 담고

겨울 바다를 떠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