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18
무너진 것들도 사랑해야만 되겠습니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은
추억으로 까맣게 묻어야 되겠습니다.
바람부는 도시의 거리에선
껍데기뿐인 사랑만 흐르고
당신의 사랑이 넉넉했던 저녁들이 못내 그리워
당신의 말씀들을 하나씩 꺼내 동행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더욱 당신을 그리워하게 만들 뿐입니다.
당신의 영혼이 제 영혼을 단숨에 불태우고
잿더미 속을 허우적대면서도 두려웠던 건
또 제가
당신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될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잊고 사는 것들도 참 많은데
못내 잊어지지 않는 당신의 표정은
참한 모습만 벗하며 살아오고
하나의 가슴으로
두 가지의 얼굴을 하고 당신을 만나는 아침
사랑은 숨고, 덤덤한 표정으로만 서는
그렇게 당신과는 언제까지나
따로 살기를 고집해야 하는지
이미 저질러놓고 몰라라 도망치는 외면살이를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지
이젠 제가 깨우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