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83

 

진정으로 당신과는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까요?

이제는,

세월의 뒷모습만 지키며

허한 바람만 날리는 당신과는

어떤 모습으로든

예전에 만났던 적이 있었을 줄 압니다.

시베리아 한 지대의 바람 부는 평원에서

푸른 깃 세우던

한 쌍의 청둥오리였는지도 모르고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와

바오밥 나무의 인연이었는지도 모르고

뭇사람들의 발길에 채이다

어느 날 문득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가야 했던

돌멩이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별이 너무 추워

예전에 당신과는

무엇으로 만난 인연이든 간에

불을 지피지 않고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

지금의 참담한 현실 속에 제가 갇혀 있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당신과의 희미해져 갈 추억만 내내 지키다

끝내 죽어 없어질 줄 진정 모릅니다.

그렇다면

아쉬워 할 것도 없고

서러워 할 것도 없이

당신과의 이별은

이별로서 느껴야 할

참 이별이라야 제가 덜 아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