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84
차라리 당신을 사랑했던 일에
후회라도 할 수 있다면
덜 고통스러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을 사랑한 사실을 잃지 않고 지켰더니
고통은 아예 제 안에 들어와 삽니다.
지금에 와서
잊는 일에 목숨을 걸어도
당신을 다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차라리
아픈 만큼 아픔을 참아내고
슬픈 만큼 슬픔도 참아내고
그리운 만큼 당신을 그리워하다가
숨 끊어지는 날에
당신 이름 입안으로만 오열하다
초연히 쓰러지겠습니다.
죽어서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또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지만
죽어서 당신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당신 하나만을 섬겨
어차피 당신을 제 정신으로 이루어내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겪어야 했던 고통의 빚을
모두 돌려 받고야 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