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93

 

오늘은 은행에 들러

동안에 저축해둔 사랑을 모두 찾아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거리마다

눈부신 연둣빛 색상만이 가득한

가로수의 머리 빛깔만큼

상큼한 내음으로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온통 햇살만이 가득한 거리를

병아리 빛 잠바를 입고

눈보다 흰 운동화에

물빛 바지를 입고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가슴에 품은 사랑을 꼭 끌어안고

당신 앞에서

세상에서 제일 환한 웃음으로

제 사랑을 풀어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제 앞에 남겨진 생에 대하여 아파하지 말고

당신 앞에선

항상 정직하게 다가가는 제 용기에

주춤해 하지도 말고

있는 힘을 다해

제 모든 것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오렌지 빛깔의 사랑을 찾아

많은 날 스스로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해

엉뚱한 곳만 배회하던 그때를

이제 와서 진실이 아니었다고

거짓 증언하게 되더라도

그땐 이미 소중한 건 다 떠나버린 후라는 걸

한 번쯤은 가슴에 문신처럼 뚜렷이 박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은 날을 살아야 한다는 걸

당신 역시도 기억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