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95

 

착해지고 싶습니다.

당신에게서

바쁘게 돌아 나오는 데도

제 걸음보다 더 황급히

제게로 들어오시는 당신을

온몸으로 부딪쳐도 피할 수가 없다면

차라리

착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고 싶습니다.

항상 추웠고

사랑에 고팠던 그간의 시간들과

폐허처럼 너즈분하게 깔린 기억마저 모아

얌전하게 두 손 곱게 접어

당신 앞에 서고 싶은 겁니다.

언제나 당신이 그리워 눈물 흘릴 때는

안으로는

서슬 푸른 칼날에 눌린 아픔이었고

거듭 거듭 토해내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병의 신음 소리였음을

꼿꼿이 기억한다면

육중한 무게의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고통이 당신을 위한 고통이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고

제가 당신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 때부터

지금까지

제겐 오직 당신이 전부였음을

숨 끊어지는 날까지 기억하겠습니다.

하지만

절 향한 당신의 사랑 뻗침이

너무 앙상하고 가늘어

눈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