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97

 

당신께로 창을 내고 사는 내내

찬바람만 불어왔던 걸 기억합니다.

당신에게서

그 아무 것도 느끼지 않으면서

숨죽이며 가슴만 앓으며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어디에서든

당신 이름 잊지 않으려고

인연이라는 사슬을 만들기에만

오래토록 분주해 하던

바쁜 생활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숨가쁘게 당신을 향해 달려왔다 싶은데도

아직 먼 거리로 남아 있는 당신이

못내 서러워 날밤을 꼬박 새던 일들을

모두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아직까지

당신께 저라는 존재는 덤덤한 느낌이고

사랑 하나로

은은하게 드러나 보일 때도 되었건만

세상의 모두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허탈한 느낌뿐이었다는 걸

당신으로 절실히 느껴야 했던

제 감정을 기억합니다.

당신과의 사이에서

꼭히 이루어내야 할

그 무언가가 남아 있는데도

선뜻 손이 가질 않는 망설임을

오래토록 기다리고 살아왔어도

제 기다림은 보람이 없었다는 걸

이제는 꼭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