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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 소리판-꽃구경’


지난 해 5월 17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정지용문학상 시상식에 갔을 때의 기억이다.

문학상 시상 후 장사익씨의 노래 ‘찔레꽃’이 이어졌다. 소리꾼 장사익에 관해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기는 처음이다. 마치 시골농부같은 평범한 차림의 장사익씨, 그가 부르는 노래 ‘찔레꽃’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눈물날 정도로 애절하고 호소력있는 음색이었다.

조수미의 노래가 천상의 소리라면 장사익의 노래는 지구 한가운데 깊고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용암분출의 소리라고나 할까.
그후로 나는 장사익의 팬이 됐다. 주로 취재목적으로 쓰고 있는 블로그의 배경음악도 장사익의 찔레꽃이다. 매일 몇 번씩 듣고 또 들어도 싫증나지않는다.

그가 2008년 11월 8-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꽃구경’이란 제목으로 노래판을 연다.
서울공연이 끝나면 바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투어가 이어진다. 공연티켓은 이미 매진됐다고 한다. 중년 남녀들이 표를 구하려고 야단이다.

그의 현재나이는 59세, 45세때인 1994년 홍대앞 100석 짜리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이래 이제까지 14번째 공연에서 매진행렬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T.V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고 라디오에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 이토록 열광할까?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인 어느 대학교수는 그의 노래에 대해 “심장을 뚫고 나오는 소리, 피를 토하듯 터져나오는 그의 노래는 흔한 대중가수들의 노래와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꽃구경’은 곧 내놓을 6집 수록곡의 제목이다. 시인 김형영의 시 ‘따뜻한 봄날’에 곡을 붙인 것이다.

장사익의 팬들은 그의 노래에서 아버지가 밭일하며 흥얼거리던 풍경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쪄주던 옥수수 향기를 맡는다. 그의 노래에 팍팍한 세상살이를 참아내도록 해주는 고향이 담긴 것이다. 회원수 1만명을 넘긴 장사익 인터넷 팬카페 ‘찔레꽃 향기 가득한 세상’에는 이런 글들이 가득하다.

이번 공연의 구성도 특이하다. 장사익씨는 이번 공연의 주제를 ‘죽음, 삶, 꿈’으로 나눴다.

장송곡으로 엮어지는 1부가 무겁게 가라앉는다면, 2부에서는 새로 발표되는 ‘이게 아닌데’(김용택 시), ‘바보천사’(김원석 시)를 비롯, ‘찔레꽃’, ‘아버지’, ‘국밥집에서’ 등의 노래로 삶의 진솔한 모습을 그려낸다. 3부는 장사익 특유의 감성으로 새 옷을 입은 ‘돌아가는 삼각지’, ‘봄날은 간다’ 등 유행가다. 삶 자체가 한편의 꿈이라는 생각에 3부 제목을 ‘꿈’으로 정했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요즘처럼 힘들 때 사람들을 위무해주는 역할을 가인(歌人)들이 맡아야죠.
한껏 울어 제끼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잖아요. 나이들면서 기교와 힘에 기대지 않는, 진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요즘들어 달이 참 예뻐보이네요.”



겨울문턱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꽃구경’을 오라니. 참 역설적이다.
“지금껏 30곡을 만들었는데 그중 9개가 죽음에 관한 노래에요. ‘하늘가는 길’, ‘허허바다’, ‘황혼길’, ‘무덤’ 등... 그래서 죽음에 대한 노래를 모아서 공연해 보자고 생각했죠. 밤과 낮, 하늘과 땅처럼 삶과 죽음도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면 하루 하루가 얼마나 가치있게 느껴지겠어요.”
곧 발매될 그의 6집 앨범 ‘꽃구경’에도 죽음에 대한 노래가 세곡 들어 있다. ‘이게 아닌데’, ‘꽃구경’, ‘귀천’ 등이다. 각각 김용택, 김형영, 천상병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누구나 ‘사는 게 이게 아닌데...’라며 살다가 생이 끝나 버리죠.
술 취해서 이런 탄식을 내뱉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노래도 그런 느낌으로 불렀죠.”

‘꽃구경’은 아들 등에 업혀 깊은 숲속에 ‘고려장’당하는 노모가 아들의 돌아갈 길을 걱정해 솔잎을 길 뒤에 뿌리고 간다는 내용이다.
거의 무반주로 진행되는 이 노래는 필자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의 많은 불효자들을 눈물짓게 할 것 같다.

글출처 : 네이버 블로그(길손의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