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거리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 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 드리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꺽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 법정 스님 -
한태주

'하늘연못'이라는 타이틀로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오카리나(흙피리) 음반을 처음으로 낸 열여섯살의 풋풋한 소년.
흡사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듯한 이 소년에게서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자유의 향기가 난다.
지리산 자락 아래에 살고 있고 학교는 다니지 않는다.
정규교육 거부하고 자연을 배웠다.

정규 음악 공부를 할 형편이 못 된 태주의 음악 수업은 무조건 많이 듣는것이었다.
집 밖의 숲속에 들어가 듣는 새소리는 곧 음악이었다.
집에 와서는 월드 뮤직 음악가 '야니'의 음반이나 뮤지컬 '캐츠'를 듣고 집에 있던 간단한 신디사이저로 따라했다. 그렇다고 태주가 명상적인 소년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도 팝을 듣고 좋아한다. 그러나 또래처럼 힙합이나 발라드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진보적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사회 비판적 Rock 음악 'The Wall'을 특히 좋아하는 소년이다.

태주는 축구를 무척 즐겨 집에서 4리 길인 악양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버지와 공을 찬다.
이들은 '주말의 명화' 빼고는 굳이 TV를 보지 않는다.
어머니는 "우리 식구는 이번 월드컵때 평생 볼 TV를 다 봤다"고 말했다.
한군은 초등학교 교육 외에 어떤 교육도 받지 않았고, 오로지 산과 들에서 음악을 익혀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한군의 음악적 뿌리는 아버지 한치영씨에게 닿아 있다.
한씨는 82년 MBC강변가요제 금상 수상자로 지지난해까지4장의 노래 음반을 냈다. 세속의 삶을 거부하고 전국의 산골마을을 옮겨다니며 명상과 순수음악을 하는 기인이다. 한군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전수받아 흙피리를 불게 됐고, 그의 기타와의 협연으로 신비한 소리를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생명의 소리를 담은 열 여섯 산골소년의 '하늘연못' 열여섯 산골소년 태주는 생태가수인 아버지 한태영씨(47)와 어머니 김경애씨(46)와 산다.
소년의 교실은 지리산 산자락과 악양(박경리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최참판댁의 평사리)의 짙푸른 들판이다. 그의 선생은 하늘과 바람과 계곡…. 선생과 그의 친구인 새들은 청아한 소리로 소년의 아침잠을 깨운다. 태주의 학교에서는 노는 게 수업이다. 물과 바람과 놀고 풀잎과 어울리면서 생명의 숨을 익힌다. 흙피리 연주자인 그는 따로 스승을 두지 않았다.

그를 빼어난 연주자와 작곡가로 키운 것은 혹독한 연습이나 비싼 수강료가 아니라 노는 대로,느낌을 갖는 대로 허락한 자연이었다.
만약 태주가 제도교육에 얽매였다면 그의 소리는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냥 열여섯 소년에 불과했을 것이다. 태주는 최근 '하늘연못'이란 타이틀로 흙피리(일명 오카리나)연주음반을 출시했다. 이 음반에 담긴 10곡은 태주가 지난 2년 동안 숲과 바람,물소리에 취해 만든 창작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