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용어의 이해

교향시(交響詩 : Symphonic Poem)

모든 문화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음악 문화 또한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부단히 변모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것이란 흔히 낡은 것에 대한 반항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19세기 중엽에 두각을 나타낸 교향시는 그 당시까지의 형식미의 표현을 탈피한 새로운 양식의 음악이었다.

낭만주의 음악은 19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그 형식은 비록 옛것을 답습했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풍부한 감정과 정서가 담긴 음악들이었다.
그러나 자유주의 사싱이 고조됨에 따라 작곡가들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음악을 쓰게 되었다.

교향시는 관현악에 의한 표제 음악의 한 종류이다. 교향시의 창시자는 독일 신낭만주의 음악의 선구자인 리스트였다.
그가 파리에서 활약할 무렵, 그의 친구인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에서 서사적인 상념을 표현하면서도 전통적인 양식을 답습한 것과는 달리, 리스트는 형식을 전혀 무시하고 모든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였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럴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는 고정 악상(固定樂想 : Idee fixe)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고전 악상'이란 전 작품을 통해서 간혹 되풀이되는 짧은 선율로서, 일정한 의미와 내용을 가진 동기이다. 베를리오즈는 [환상 교향곡]에 나오는 연인의 테마를 그와 같은 짧은 선율로 표현하였으며, 바그너는 그것을 좀 더 확대시켜 시도 동기(示導動機 : Leit motiv - 악극·표제 음악 따위에서, 주요 인물이나 사물 또는 특정한 감정 따위를 상징하는 동기. 곡 중에서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극의 진행을 암시하고 통일감을 줄 수 있다. ≒시도 동기·유도 동기·지도 동기.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고전 교향곡에서 볼 수 있는 동기(motiv)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변화되던 것을, 교향시에서는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자유롭게 동기를 발전시켰던 것이다.
그것은 문학적이며 시적인 내용을 가진 자유로운 형식의 악곡이다. 결국 시적인 관념에 따라 추상적으로 창작에 임하는 것이다. 음악은 이 시적인 관념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므로,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하나 혹은 몇 개의 테마를 자유롭게 변형시켜 일종의변주곡처럼 꾸며 나가는 것이다. 시적인 관념을 가진 표제곡인 피아노곡은 일찍이 슈만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리스트는 그 같은 표현 수단을 한충 더 강화시켜 시적 개념을 높이기 위해 편성이 큰 오케스트라를 사용함으로써, 거기에서 풍부한 색채를 나타내도록 하였다. 말하자면 리스트의 교향시는 이처럼 교향악적인 관현악곡이라는 것이 하나의 특색인 동시에 매력이다.
리스트는 무려 13곡이나 되는 교향시를 썼는데, 그 제재는 대부분 문학적인 것에서 취했다.

1857년, 바이마르에서 연주된 그의 최초의 교향시 [산 위에서 듣다]는 빅토르 위고의 시집 <가을의 잎> 중의 낭만적인 장편시를 표제로 한 것이다.
교향시 [타소, 비탄과 승리]의 원작은 1849년 바이마르에서 있었던 괴테 탄생 100주년 기념제에서 괴테의 <타소>가 상연되었을 때 서곡으로 작곡된 것이다.

그 후 수정을 하여 1854년에 이 작품이 완성되었는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서사시인 타소 중의 <해방된 예루살렘>이란 시에 의해 쓴 작품이다.

교향시 [전주곡]은 그의 13개의 교향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데, 이것은 19세기 초 프랑스 시인 라마르틴이 쓴 <시적인 명상>이라는 글에 나오는 짧은 문장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리스트의 교향시는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유럽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 국민 악파의 작곡가들은 이 교향시를 즐겨 받아들였다.

한편, 독일에서는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켰는데, R. 슈트라우스는이 교향시 분야의 최대 작곡가였다.
그는 음악을 형식적인 구성으로부터 해방시켜 음을 하나의 수단으로 하여 시와 극과 전설 등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R. 슈트라우스는 시도 동기의 기법과 변주법, 또는 신기에 가까운 교묘한 관현악법 등을 사용하여재리 음악의 힘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추상적인 것까지도 잘 나타내었다.

한편, 러시아 ☞ 국민 악파보로딘도 교향시 [중앙 아시아의 초원에서]와 같은, 동양적인 요소가 강한 교향시를 썼다. 그의 음악은 소박하면서도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수법으로써 그 정경을 여실히 표현했다고 하겠다.

무소르크스키 또한 러시아 국민 악파 5인조의 한 사람으로, 그의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은 널리 알려진 명작이다. 그는 이 문학적인 표제로 소박한 면을 잘 미화시켰다.

그 밖에도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스크라빈, 글라즈노프 등도 알찬 교향시를 작곡하였다.

한편, 리스트의 직계 작곡가로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스메타나를 들 수 있다. 그는 본래 독일의 ☞ 고전주의 ☞ 낭만주의 음악에서 출발했지만 리스트의 영향을 받아 교향곡 작곡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는 향토적인 속악(俗樂)과 무곡 등을 테마로 삼아 그 나라의 국민적인 음악을 확립시켰고, 조국과 자연과 역사를 찬미한 6곡으로 된 연쇄곡을 작곡하였다.

프랑스의 생상스도 교향시의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옹팡의 물레], [파에통], [죽음의 무도], [헤르클레스의 청년시절]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고전적인 기법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낭만적이며, 나아가서는 인상파의 선구자로서 시적인 상념을잘 표현한 작곡가였다.

인상파 음악의 창시자인 드뷔시도 [바다]를 비롯한 중요한 교향시 작품을 작곡했다.

현대에 이르러 교향시는 많은 변모를 거듭하면서 그 양상을 달리한다. 20세기의 작곡가들은 문학과 회화의 설명보다는 음악 그 자체의 미적인 추구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예컨대, 오네게르의 [기관차 퍼시픽 231]에서는 재래의 문학적 혹은 회화적인 묘사의 시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기관차가 달리는 운동인 것이다. 반면에 카젤라의 [이탈리아], 말리피에로의 [자연의 인상], W. 윌리스의 [6개의 교향시] 등의 작품은 본래의 교향시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향시를 보면 문학적인 묘사보다는 음악의 구성적인 면에 더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 낭만주의 시기에 전성을 보이던 교향시는 이미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감정에 살잡히지 않고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며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그 같은 방법이 타당한 변모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에 있어서의 교향시적인 작품은 보다 다른 차원에서 표제 음악의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